“저 혼자 한 일이 아닌데,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되는 건지……”
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부끄’ 이모티콘이 되어버리는 정훈양 과장, 그저 사람 좋은 순둥이 아저씨로 보이지만, 총투자비 약 2,800억원에 해당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통 큰 아저씨다. 2015년 우리회사 살림살이를 좀 나아지게 했던 효자 사업, 화성-정남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공신 정훈양 과장과 이야기 나눠보자.

5개월만에 성공한 부지매각

“화성에 위치한 당사 보유부지 매각 Project는 꽤 오래 전부터 계획된 사업이에요. 우리 회사가 보유한 14만평 규모의 땅을 5~6년전부터 매각을 시도했지만, 땅의 용도가 농지로 되어 있어 매각이 불가능했죠. 화성 정남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농지를 산업단지로 용도 변경하는 인허가작업을 진행한 후 용지를 매각하고, 공사를 수주해서 시공이익까지를 보는 장기적인 사업입니다. 인허가 작업은 주도면밀하신 담당 부장님(PPM) 외에 다른 베테랑 부장님들이 맡으셨고, 저는 사업성 검토, 계약검토, SPC설립 PF지원 등을 수행했죠. 일의 난이도보다는 워낙 빠른 스케줄로 진행하다 보니 좀 어려움은 있었지만, 2015년 연내에 성과를 볼 수 있어서 더욱 더 보람찬 과업이었습니다.”

통상 산업단지 인허가 승인기간은 정상 속도라면 1년은 소요되지만, 우리회사 2015년 영업외이익에 매각차익 1,100억원을 포함시키기 위해 정훈양 과장을 비롯해 Infra국내영업2팀 인원들과 재무기획팀, PF팀이 초스피드 고생 모드에 돌입해 결국 훈훈한 2015년 연말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Infra국내영업2팀 팀장님이 엄청 추진력이 강하신 분인데요, 그 분의 주도로 이 사업을 시작했고, 연내에 성사시키자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했죠. 그런데 당초 예상했던 일정보다 조금씩 지연되었어요. 11월 말에 예상한 인허가가 12월 중순에, 12월 초중순으로 생각한 PF가 12월 말에나 이루어졌으니…… 정말 당시에는 조마조마했어요. 요즘 말로 심장이 쫄깃쫄깃했다고나 할까요?”

다각도를 검토하는 팔방미인

정훈양 과장은 화성-정남 사업을 추진하는 합사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합사에서 추진하지 않는 일을 처리했다. 사업성 검토, 계약 검토, SPC설립, PF 지원 업무를 본사에서 수행했다.

“업무가 주어지면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려고 해요. 그리고 각각의 방안에 대한 파급효과도 생각해보고요. 인프라 개발사업은 정해진 방식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어요. 사업의 특성에 따라 리스크가 곳곳에 산재해 있고, 그때그때 리스크헷지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거라서 해야 할 일이 많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애로사항도 많고 그런 만큼 보람도 크다.

“인프라 부문 프로젝트 자체가 한정적이에요. 그래서 힘든 면도 있지만,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 저의 손때(?)를 조금이나마 묻힐 수 있다는 것? 그런 게 보람 아닐까요?”

정훈양 과장은 아직 업무에 서툰 사원과 대리를 이끌어야 하고, 베테랑 부장들을 보좌해야 한다. 조직의 허리로서 쉽지 않은 역할인데……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말 안 통하는 속칭 꼰대도 아니지만 물정 모르는 철딱서니여서도 안 되는 거죠. 후배들에게는 늘 흔들림이 없는 선배로 평가 받고 싶고, 윗분들께는 만능의 유능한 보좌관이고 싶어요.”

배려와 소통이 힘이다

회사에게 우리는 무엇이고, 우리는 회사의 무엇일까?

“회사는 저에게 월급을 주고 하루의 1/2을 보내는 곳이죠. 또한 능력을 시험하고 평가 받는 곳이죠. 그리고 저는 회사에게 뭘까요? 톱니바퀴라고 생각해요. 제가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겠지만, 다른 톱니바퀴로 바꾸기 전까지 아주 조금은 삐걱거리겠죠? 가능하면 규모가 좀 큰 톱니바퀴가 되고 싶어요.”

회사생활은 누구나 쉽지 않다. 특히 개발사업은 10% 미만의 확률을 보고 영업활동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영업부서에는 수주목표가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글쎄요~ 개발사업은 워낙 외부 변수가 많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외부변수를 우리 틀안에 끌어들여서 기회로 만드는 것도 나름 묘미가 있어요. 이런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좀 생기긴 하지만 스트레스는 가능한 몸으로 풀려고 해요. 회사 근처 YMCA에서 수영을 하죠. 몸이 안 따라주면 아무 것도 안 되더라구요.”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개발사업은 서로간에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이 정훈양 과장의 철학이다.

“논어(論語) 위령공(偉靈公)편에는 己所不欲勿施於人(기소불욕물시어인)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다 아실 거에요. 뜻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죠. 이게 배려가 아닐까요? 내 마음에 비춰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스스로 최면을 걸기도 하고, 동료들과 술 한잔을 나누기도 한다.

“사실 술을 마신다고 해서 스트레스에서 절대 벗어날 수는 없어요. 동료들과 술을 나누면서 ‘제발 공장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다짐을 하지만 1분 후에 다시 공장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런데 의외로 술자리에서 부담 없이 마구 나눈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그래요. 소통의 힘이 아닐까요?”

마음의 문을 열어라

회사에서는 선배의 믿음과 후배의 존경을 받는 정훈양 과장이지만 집에서는? 그저 피곤하기만 한 평범한 아저씨지만 아이와 아내를 위해 뭐든 할 의사는 있다는 본인의 변명이다.

“수영도 아이와 함께 하려고 해요. 아내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9살, 4살 아이를 키우느라 정말 힘들 텐데 많이 도와주고 싶고요. 그리고 운동과 독서를 통해서 몸과 머리의 함량을 높이고 싶습니다. 요즘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를 곁에 두고 완독에 도전하고 있구요, 최근에는 미치오 카쿠 교수의 <평행우주>,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란 책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주역>에 관한 책도 읽고 있고…… 가능하면 인문서적, 경제/경영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싶네요.”

그리고 한 배를 타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는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요. 내 마음의 빗장을 먼저 열어야 다른 사람도 마음의 문을 연답니다”라는 말을 전한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코트 속에 꽁꽁 여며두었던 몸도 햇볕 아래 활짝 기지개를 펴보고, 마음의 문도 활짝 열어보자. 우리의 프로페셔널은 소통에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