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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2018년 1월호

건축이란 사람이나 물품, 기계설비 등을 수용하기 위한 구축물을 말합니다. 하지만 구조물만으로 정의하기에 건축이 지닌 가치는 그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단순 주거를 목적으로 지어졌지만 이후 건축물은 종교, 문화, 예술, 산업 등 문명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가치를 목적으로 발전해왔는데요, ‘내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은 건축이다’라는 말처럼 건축은 역사를 투영하고 시대를 대변하며 미래를 조망하는 인류와 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 코너에서는 국내외 건축물 속에 함축된 다양한 삶의 미학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축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시간은 자연과 현대적 아름다움의 조화가 인상적인 제주도의 방주교회, 포도호텔, 본태 뮤지엄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에 위치한 방주교회. 물 위에 떠 있는 배 형상의 건축물로 유명하죠.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디자인해 2009년 개관한 방주교회는 여느 교회와 달리 외관에 십자가가 설치되지 않은 점이 특징인데요, 대신 연못 위에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형태의 건물을 세워 종교 건축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방주교회는 물과 빛, 나무, 금속의 조화를 통해 자연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했습니다. 낮은 언덕의 녹지에 사각형태의 인공 연못을 설치하고 그 위에는 목재로 감싼 각 파이프의 철골 구조를 세운 뒤 나무와 유리를 활용해 벽면을 만들고, 철제 삼각형을 활용해 지붕을 덮음으로써 현재의 방주교회가 완성되었습니다. 특히 유리와 나무 벽면은 외부의 빛과 그림자를 실내로 끌어들여 아름다운 자연 채광을 만들어냈고, 철제 삼각형 소재의 지붕은 각 블루, 그레이, 화이트 색을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을 표현해냄으로써 자연과 현대 미의 공존을 실현했습니다. 사실 초기에 계획한 방주교회는 단순히 물 위에 떠 있는 배 구조의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하늘의 아름다움, 자연과의 일체감을 추구하며 설계의 변화를 준 결과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방주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한편 방주교회는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을 수상해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제주 7대 건축물로 선정된 포도호텔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작품입니다. 포도호텔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닮았습니다(그래서 이름도 포도호텔로 지어졌죠). 제주의 오름을 닮은 각 객실의 지붕은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과 한국 전통 가옥인 초가 지붕의 부드러운 곡선을 표현해냄으로써 자연과 전통을 동시에 담아냈습니다.

2001년 개관한 포도호텔은 자연이 건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친자연적인 설계가 특징인데요, 건축가 이타미 준은 ‘제주의 자연 어느 하나도 거스르지 않은 설계’를 지향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호텔은 인공 장식을 최대한 배제했으며 천장 역시 서까래 골조가 그대로 노출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심지어 호텔 건물 자체도 어디서든 제주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단층 구조로 건설되었습니다. 포도호텔의 하이라이트는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하는 호텔의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호텔 중앙에는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실내 정원이 위치해 있는데요, 하늘로 열려 있는 동그란 빛우물과 정원을 감싸는 작은 물길, 제주를 대표하는 다양한 식물은 제주와 동영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걸작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내 정원을 중심으로 골목 같은 좁은 복도를 따라 각 객실들을 이어놓음으로써 작은 마을의 형상을 그려냈습니다. 현대적 기술로 전통과 자연의 공존을 재연해낸 포도호텔은 2004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 수상, 2006년 제2회 아시아 주거문화 및 주거경관상을 수상했습니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무사시공업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자연과 일체화된 디자인을 추구하던 그는 2003년 프랑스 국립 기메미술관에서 개최된 <전통과 현대>에서 포도호텔 등의 작품들이 높이 평가되어 프랑스 예술문화 훈장인 슈발리에를 받았고, 일본 무라노 도고상, 김수근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2012년 개관한 본태 박물관은 ‘본래의 형태(本態)’라는 의미로 미술 및 공예품을 통해 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색하자는 취지로 설립되었습니다. 본태 박물관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 역시 노출 콘크리트와 빛, 물을 활용해 공간의 본질을 탐색하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와 한 눈에 건물을 파악할 수 없도록 폐쇄적으로 설계된 공간, 이질적 소재와 장식의 공존, 기하학적 구조 등을 통해 본태박물관의 핵심 가치인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본태 박물관은 두 개의 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대지의 경사 조건에 순응하면서 공간적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와 모양의 마당을 설계한 점이 특징입니다. 마치 미로를 탐색하듯 어느 곳을 향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내부 길은 폐쇄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개방되어 있어도 그 끝이 어디인지 추측할 수 없는 제주의 올레길과 닮았다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안도 다다오는 설계 전 ‘제주도 대지에 순응하는 전통과 현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일본식 옥상조경과 한국의 기와담, 중국풍의 장식물 등 다양한 문화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독특한 매력이 본태박물관에 가득한데요, 공예품뿐만 아니라 박물관 구석구석을 채운 건물의 소재, 구조, 바닥의 무늬 하나까지 탐색해보는 것도 본태박물관을 즐기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트럭 운전과 권투선수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안도 타다오는 스위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으로 건축계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미술관, 공공건물, 교회, 절 등을 통해 건축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갔으며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을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습니다. 기하학적 형태의 건물에 빛과 물을 활용, 자연과의 조화를 표현해내고 본질을 탐구하려는 점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