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May2017년 5월호

파와하라를 아시나요? 오래전부터 일본 사내 문화의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꼽혀온 파와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의 일본식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힘희롱'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힘희롱이란 직장 내 상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꾸지람의 도를 넘어선 폭언, 무시, 비하, 업무와 무관한 인격모독 및 인신공격 등이 이에 속하는데요,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힘희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약 70%가 상사로부터 폭언과 매너 없는 행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건실한 조직문화를 병들게 하는 힘희롱!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비밀문화단에서 준비한 두 개의 작품을 통해 알아봅시다.

힘희롱,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요?

소설 –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 著

일본 기업 유미모토사의 외국인 직원인 벨기에 출신의 백인 여성 아멜리. 20대 초반인 그녀는 총명하며 탁월한 외국어 능력과 사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춘 인재다. 하지만 입사 6개월 후 유미모토사가 그녀에게 부여한 업무는 화장실 관리였다. 입사 초 외국인 신분으로 거래처 직원들에게 능숙한 일본어 인사를 건네 일본인을 모욕했다는 황당한 이유에서 시작된 그녀의 사내 힘희롱은 무시, 비하, 폭언을 거쳐 단순 업무, 급기야는 근무 시간 내내 화장실에서 휴지를 교체하고, 변기를 청소하는 일로 치닫게 된다.

힘희롱의 도화선은 그녀가 작성한 완벽한 보고서였다. 그녀의 상사인 사이토는 일본의 비효율적이고 극단적 권위주의 조직 문화에 융화되기를 거부하는 당찬 아멜리를 못마땅해했다. 지시한 업무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움직이는 아멜리의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행동을 ‘제멋대로’라 판단한 그는 자신의 골프장 스케줄이 적힌 (전혀 업무와 상관없고 별 도움 안 되는) 전단지를 직접 수작업으로 1000장을 복사하라 지시하는데, 우리의 똑똑한 아멜리는 사이토의 지시가 괴롭힘이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그녀의 진짜 능력을 필요로 한 다른 상사의 업무를 도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물론 조직의 절차를 무시한 그녀의 행동은 질타 받아 마땅하지만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와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한 사이토를 본다면 무조건 그녀를 꾸짖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찌되었든 밤새 작성한 무결점의 완벽한 보고서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고 아멜리는 믿었던 자신의 직속 상사 모리와도 극한 갈등을 빚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는 극도의 모멸감과 일본 조직의 잔인함을 경험하고 몸서리친다.

그럼에도 아멜리는 1년의 계약기간을 무사히 채웠다. 그 과정에서 통쾌한 복수극이나 반전의 상황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지만(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렇다고 속수무책 힘희롱에 당하다 떠나는 비운의 외국인 이야기로 끝나지도 않는다. 모리와 사이토, 외 일본 여러 상사들로부터 경험한 비합리적 상황들이 결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그녀는 깨달은 것이다. 만약 주변에 무조건적인 명령과 일률적인 복종을 강요하거나 주종에 가까운 복종 관계, 비효율적인 절차와 형식의 힘희롱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힘희롱이 그 한 사람만의 문제일지… 혹시 힘희롱을 낳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조직 깊숙한 곳에 있지는 않은지… 이를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과거 일본 황실의 의전(儀典)에, 천황을 알현할 때는 <두려움과 떨림>의 심정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나는 사무라이 영화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사무라이들이 초인적인 숭배의 감정으로 목소리가 녹아 들면서 자신의 두목을 배알하는 모습에 그렇게 딱 부합하는 이 표현을 늘 끔찍이도 좋아했다.”

- '두려움과 떨림'본문 중

드라마 – 한자와나오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 ‘한자와나오키’. 일본 역대 최고 시청률인 42.4%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버블경제 시기, 일본 굴지의 은행에 입사한 나오키는 정의감 넘치는 청렴하고 올곧은 성격을 가졌다. 업무적으로도 유능하며 통찰력도 뛰어난 그는 부하직원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이상적인 상사이자 동료다. 그런 나오키조차 일본기업 특유의 권위적이고 절대적인 복종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그에게 요구되는 복종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에 대한 침묵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상사가 저지른 비리를 대신 뒤집어쓰고 책임져야 하는 정말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까지 요구되었다.

이 같은 힘희롱에 맞서기 위해 나오키가 꺼내든 무기는 ‘뚝심’이었다. 은행의 지점장인 아사노 타다스가 친구가 운영하는 부실 기업에 5억엔의 불법 융자를 실행하고 이후 회사가 부도나자 나오키에게 책임을 강요했을 때에도 나오키는 포기하지 않고 불법 융자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상사의 비리를 철저하게 밝혀낸다. 뿐만 아니라 은행 최고의 간부인 오오와다 아키라 상무가 은행장의 자리를 노리고, 현 은행장을 실각하기 위해 비리를 저지르자 나오키는 그의 악행을 밝혀내기 위해 치밀하게 비리의 증거들을 수집하고 관계자들을 설득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를 방해하는 각종 음모와 세력들이 난무했지만 이번에도 나오키는 ‘해내고 말겠다’는 뚝심 하나로 아키라 상무의 만행을 공표한다. 극중 나오키가 자주 되뇌는 대사가 있는데(이는 그 해 일본 최고의 유행어가 되었다.)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이 대사는 부조리한 힘희롱에 억울해하고 고통 받는 직장인들에게 나름의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물론 일차원적의 복수가 아닌, 업무 역량을 향상시켜 능력을 통해 인정받고, 승리자의 위치에 서는 고차원적의 복수를 꿈꿔라.)

“당하면 갚아준다. 배로 갚아준다!”

- 한자와나오키 중

01.부하직원은 함께 일하는 파트너다. 일개 부하라는 생각은 절대 삼간다.

02.리더는 팀원을 잘 이끌어 최대의 성과를 일궈내도록 노력한다.

03.팀원은 리더를 잘 보필해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한다.

04.강압적인 회식 문화는 금물, 사전 고지를 통해 직원들의 개인적 일상을 존중한다.

05.꾸지람과 인격모독적인 말은 다르다. 부하직원의 잘못을 정확히 짚어주며 감정적 대응은 삼간다.

06.상대를 비하하거나 비교하는 말은 갈등의 원인이 된다.

07.어떤 상황이라도 욕설은 삼간다.

08.성적수치심을 주는 언어나 시선, 신체접촉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09.업무관련 의사결정을 존중해준다.

10.비공식적인 모임에서 배제하거나 따돌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직장인 우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사내 갈등 및 인간관계'가 꼽힌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힘희롱은 자신감을 저하하고 업무 효율성, 더 나아가 기업 생산력까지 떨어트리는 나쁜 문화입니다. 외부에 노출될 경우 사회적 이슈가 되어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도 큽니다. 관계자를 징계하는 등 기업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힘희롱을 근절시킬 우리 모두의 노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