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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7년 4월호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죄인. 어른들에게도 죄인. 애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 ‘미생’에서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임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던 선 차장의 대사다. 이 한마디에는 일과 가정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워킹맘의 고충이 담겨 있다. 최근 한 기업에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워킹맘의 80%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응답했는데,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기혼여성의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다는 말이다. 누구도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는 슈퍼맘을 강요하지 않지만 사회인과 엄마의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 워킹맘은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워킹맘은 스스로 죄인의 굴레를 쓰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4월에는 워킹맘에게 웃음을 선사할 문화 속 한마디를 골라보았다.

일, 육아 모두 해내려니 너무 힘들어요

소설 –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I Don't Know How She Does It) 앨리슨 피어슨 著

워킹맘의 고충은 대한민국에만 존재할까? 아니, 서울과 시차 8시간인 런던에도 존재한다. 케이트는 런던 굴지의 투자컨설팅 기업에서 승승장구 중인 펀드매니저이자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다. 그녀의 일상은 우리네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의 등교를 준비해야 하는 아침은 늘 전쟁이며 그로 인한 지각은 아무리 완벽한 일 처리에도 그녀를 눈치 보게 만든다. 24시간의 일정이 초 단위로 계산돼 실행되며 하물며 자신이 돈을 주고 채용하는 하우스키퍼도 언제 그만둘지 몰라 노심초사 할 정도로 피곤하지만 그녀는 일과 가정 어느 한쪽도 놓을 생각을 못한다. (아마 그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워킹맘도 공감할 것이다)

직장을 관둬야 하는 이유
1)두 개의 삶을 살면서 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즐길 시간이 없으므로
2)하루 24시간이 너무 짧아서
3)아이들이 아이들로 있어줄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5)내 남편이 옛날에 우리 엄마가 아빠를 바라보던 눈으로 나를 보고 있기 때문에
6)남자처럼 살려니 여자로서의 삶이 망가져서
7)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 없을 정도로 지쳤기 때문에
관둘 수 없는 이유
미쳐버릴걸
같은 이유
같은 이유

-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본문 중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케이트의 남편은 그녀의 고충을 ‘참 대단해’라는 형용사 한마디로 일축해버리고, 사회의 시선 역시 일과 가정을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맘의 역할을 점점 당연하게 여긴다.

“남자가 자기 아이랑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회사를 조퇴가면 헌신적이고 바람직한 아버지의 역할 모델로 찬사를 받아. 그런데 여자가 아이가 아파서 조퇴를 해야겠다고 말하면 공사도 구분 못하는 무책임하고 애사심 부족한 인간으로 손가락질 받을걸? 아빠가 아빠로서의 모습을 과시하는 건 힘이 되지만 엄마가 엄마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약해빠졌다는 증거가 돼. 기회의 평등이라는 거, 참 멋지구나.”

아이들에 대한 관리 소흘로 모성법정에 서게 되는 케이트. 왜 워킹맘은 늘 죄인이 되어야 하는 걸까… 그녀의 독백은 일과 육아의 완벽한 병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의 불합리한 강요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여자는 모성법정에 설 때마다 자기가 자기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뭐가 문제인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법정에 서면 수많은 반박이 그녀의 혀 끝에서 맴돌았다. 왜 직장에 다녀야 하는지, 그로써 그녀와 아이들이 어떤 혜택을 누리는지 얼마든지 이유를 댈 수 있었다. 페미니스트이자 저널리스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촌철살인의 말을 인용해서 왜 부성과 사회생활의 조화를 고민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남자는 없는 거냐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피고석에만 서면 그 모든 자기변호는 그녀의 입 속에서 재로 변했다.

부성법정은 있습니까 판사님?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지요. 그 끊이지 않는 고발을 어떻게 다 처리하겠어요. 사내라는 작자들은 퇴근길에 술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2000년이 넘도록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임무를 등한시하지 않았나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드라마 – 욱씨남정기

지난해 5월 JTBC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욱씨남정기'의 기본 줄거리는 갑의 횡포에 맞서는 을의 이야기다. 그 속에는 을의 고군분투를 비롯해 이 시대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각종 애환들이 담겨 있다. 그 중 다섯 살 아들을 둔 워킹맘 한영미의 이야기는 오늘날 대한민국 워킹맘의 비애를 대변한다. 치열하기로 유명한 코스메틱 마케팅 본부의 과장인 그녀 역시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고 오느라 늦거나 아이가 아파 일찍 들어갈 상황이 되면 동료들은 ‘이래서 애엄마란…’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 맞벌이인 아들 부부의 육아를 돕기 위해 시어머니와 합가 했지만 이는 오히려 ‘애는 너가 키웠냐, 어머니가 키웠지. 너는 엄마 자격도 없다’는 남편의 망언을 낳으며 그녀를 옥죄어간다.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바쁜 자신 때문에 엄마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런 엄마에게 5살 지호가 한마디의 위로를 건네는데 모자가 나눈 대화는 죄책감으로 상처 가득한 워킹맘들의 가슴에 작은 반창고가 되어주었다.

한영미 : 지호가 엄마랑 놀고 싶은 거 얼마나 많이 참아줬는데, 사실은 엄마도 지호 얼굴 보고 싶은 거 많이 많이 참았거든. 조금이라도 빨리 보려고, 안 늦으려고, 막 달렸는데, 열심히 뛰었는데, 그래도 맨날 늦었어, 그렇지?

지호 : 조금 늦게 와도 괜찮아. 난 참을 수 있으니까, 천천히 오라고. 뛰다가 넘어지면 어떡해?

-욱씨남정기 9회 중

랄프 왈도 에머슨
“너무 소심하고 까다롭게 자신의 행동을 고민하지 말아라. 모든 인생은 실험이며 더 많이 실험할수록 더 나아진다.”
찰스 다윈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간디
“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 네 생각은 네 말이 되고 네 말은 네 행동이 된다. 네 행동은 네 습관이 되며 네 습관은 네 가치가 된다. 그리고 네 가치는 네 운명이 된다.”
괴테
“고통이 남기고 간 뒤를 보라. 고난이 지나면 반드시 기쁨이 스며든다.”
톨스토이
“해야 할 것을 하라. 모든 것은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동시에 특히 나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오손 웰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단 한 사람, 오직 나 자신뿐이다.“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워킹맘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엄마도 사람이고 여자다", "그만하면 일과 육아 모두 잘하고 있다.", "일과 육아를 모두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위로와 격려라고 한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워킹맘의 고충은 비단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워킹맘의 고통을 그들만의 욕심으로 치부하며 외면한다면 이는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그 대표적인 예가 ‘저출산’이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가 슈퍼맘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워킹맘에게 큰 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