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백을 눌러 쓰고 에미넴의 노래를 들으며 홍대를 거니는 30~40대의 남성들. 사회적 통념상 ‘아저씨’로 분류되는 나이지만 보통 아저씨 하면 떠오르는 ‘고리타분한, 시대에 뒤떨어진, 올드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점잖지는 않지만 결코 경박스럽지 않으며 이들의 의상, 액세서리, 그들이 즐기는 문화 속에는 3,40대가 지향해야 할 것처럼 보이는(예를 들자면 클래식, 전시회 관람, 등산) 보편적인 문화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특유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결코 대중적인 코드는 아니지만 극히 일부만 즐기는 마니아적 문화도 아닌, 마치 무채색 세상의 한 켠에 질서 없이 세워진 컬러풀한 벽을 보는 듯한 이 문화의 이름은 ‘유스컬쳐’다. 3,40대의 젊음을 대변하는 신문화트렌드 유스컬쳐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지난 11월 23일,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티켓팅이 시작됐다. 4만5000석 중 한 장의 티켓을 얻기 위해 90만 명의 사람들이 온라인 예매처에 접속했고, 티켓은 단 몇 분만에 매진되었다. 티켓팅 성공에 환호하는 이들, 아쉬워하는 이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애들같이, 그깟 딴따라 공연이 뭐기에’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애들처럼 그깟 딴따라 공연에 열광하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코드를 형성, 공유해가는 문화가 바로 유스컬쳐이다.

인디, 힙합… 청소년들 사이에서 소비되던 하위문화가 3,40대 중년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 음식, 취미생활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된 유스컬쳐는 3,40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각 문화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스컬처의 공통적인 특징은 ‘젊음’이다. 1960년대 유스퀘이크(Youthquake - Youth(젊음)와 earthquake(지진)의 합성어로 ‘젊은이의 반란’을 의미) 문화를 대표하던 히피, 장발, 비틀즈 음악처럼 청년들의 자유분방하고 기성문화에 대항하는 그들만의 일탈은 젊음을 대변해왔다. 최근에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이행되는 청년기가 장기화되면서 기성세대의 주류문화에 편승하는 것을 거부하고 청소년 시절에 충족하지 못했던 10대의 문화를 소비하며 젊음의 새 장을 여는 중년층이 유스컬쳐의 신흥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스컬처 패션의 기본 4종 세트는 후드티와 스냅백, 백팩과 운동화다. 최근에는 2,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테니스 스커트와 세일러 카라의 상의, 떡볶이 코트 등 스쿨룩을 연상케 하는 유스컬쳐 패션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 10대들의 영원한 패션 아이콘인 나이키와 아디다스 로고의 셔츠와 트레이닝 복(팔과 다리 부분에 그려진 3개 선이 포인트), 가슴을 가득 채운 빅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박스티와 체형보다 훨씬 큰 오버사이즈 스타일의 상의도 유스컬쳐 패션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최근 카카오 프렌즈나 라인, 스누피 등 캐릭터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출시되는 상품들이 많다. 특히 이들 상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한정판으로 출시되어 마니아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한다. 맥도널드 어린이 메뉴인 해피밀 세트는 3~4,000원 가격으로 버거 세트와 함께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의 굿즈를 함께 제공한다. 지난해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을 점심시간마다 맥도날드로 집합시킨 ‘마리오’ 시리즈처럼 고퀄리티의 다양한 피규어를 접할 수 있다. 이 외에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니엔젤’과 ‘실바니안 패밀리’, ‘베어브릭’이나 레고, 건담 등의 전대물 피규어도 유스컬쳐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컬렉션이다.

피규어에 대한 내용은 스카이즈 2월호 문화 큐레이터 ‘수집욕을 자극하는 토이 Best Five 기사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스컬쳐 엔터테인먼트 문화는 아이돌이다. EXO,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AOA 등 인기 아이돌의 경우 공연은 물론 각종 TV 프로그램과 뮤지컬, 드라마, 애니메이션, 굿즈, 패션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유스컬처의 허브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젝스키스, SES 등 현 3,40대들이 10대 시절 열광하던 1세대 아이돌들이 컴백하며 교복세대들의 전유물이라 느껴지던 공개방송 현장에도 응원봉을 흔드는 이모,삼촌 팬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연의 경우 인디의 메카 홍대로 가보자. 대학생들의 버스킹과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며 20대의 스피릿을 재충전할 수 있다. 특히 12월은 캐롤 등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연을 보며 주류를 즐길 수 있는 라이브 호프도 많으므로 불금이나 토요일을 이용해 젊음의 에너지를 폭발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스컬쳐족은 기성세대의 프레임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도 거리낌이 없으며 자신의 취향을 공유하는 데 망설이지도 않는다. ‘젊음, 과감함, 혁신, 새로움, 반항’ 등 다양한 키워드를 내포한 유스컬쳐는 단순 중년층의 신문화를 떠나 청년기와 성인기를 동시에 아우르는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