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방영된 SBS 드라마 <스타일>을 통해 ‘엣지있게’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극중 패션 에디터인 김혜수가 즐겨 사용하던 말로 ‘뚜렷하고 두드러진, 남다른 개성’을 표현하고 싶을 때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 ‘엣지있게’가 이미 완성된 유니크함을 지칭한다면 최근에는 평범한 대상을 엣지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있어빌리티’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일부 사진과 글귀만으로 자신을 그럴싸하게 노출할 수 있는 SNS 채널이 대중화되며 ‘있어빌리티’가 자기 브랜딩의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 한편 보여주기에 치중한 ‘있어빌리티’ 문화를 두고 허세라는 지적과 새로운 자기브랜딩 수단이라는 의견도 분분한 상황인데, 2016년 新홍보문화로 주목받는 있어빌리티는 과연 무엇일까?
커버스토리를 통해 알아보자..

‘있어빌리티’란 ‘있다’와 ‘Ability’가 결합된 신조어로 사물이나 개인, 상황의 매력을 연출을 통해 극대화하는 것 즉 ‘있어 보이는 능력’을 의미한다. 있어빌리티의 신조는 ‘우아하게’다. 통장잔고가 0원이라도 결코 빈곤해 보여선 안 되며 단순 개성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를 소지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산, 취미, 지식, 인맥이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는 장기 할부를 이용해서라도 구비하고,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 꽂혀있다. 음식의 경우 시식 전 촬영은 필수이며 피키캐스트 등 각종 스낵컬처를 통해 습득한 얇고 넓은 지식으로 중무장되어 있어야 있어빌리티 세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 가벼운 외출에도 DSLR 카메라는 반드시 지참한다.
  • 여행 중에는 실시간으로 SNS에 사진을 올린다.
  • 돈이 없어도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일단 지르고 본다.
  • 남들에게 나의 활동을 알리는 것이 좋다.
  • 카톡 프로필과 상태메시지를 수시로 바꾼다.
  • 음식을 먹기 전 반드시 사진을 촬영한다.
  • 집에 장식용 책들이 많다.
  • 스낵컬처, 꿀팁 등 가벼운 지식정보를 즐겨본다.
  • 스마트폰에 쓰지 않는 외국어, 교육 어플이 3개 이상 깔려 있다.
  • 도서는 자주 구입하는데 읽지는 않는다.(책들은 장식용)
  • 내 취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 주변에서 '덕후'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 마이너 취향일 수록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 별다른 용건이 없어도 늘 사람들과 카톡(메신저) 대화를 한다.
  • 일주일에 3번 이상 지인 모임에 참석한다.
  • 유명인을 만나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린다.
  • 나도 모르게 '그 사람 나도 알아~' 인맥을 과시한 적이 있다.

12 ~ 17개 : 있어빌리티 고수
혹시 평소 허세가 넘친다는 말을 듣지 않나요? SNS나 주위 반응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당신은 있어빌리티 고수입니다. 하지만 너무 보여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일상이 피곤하진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5개 ~ 11개 : 있어빌리티 중수
실용과 체면의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는 당신! 자신의 편안함과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까지 자연스러움을 추구합니다. 트렌드에 밝고 젊은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겠네요.
0개 ~ 4개 : 있어빌리티 하수
남들의 시선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당신. 자신의 편안한 감정이 우선이며 스트레스도 크게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혹 게으르고 트렌드에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 스스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콘텐츠들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있어빌리티의 성향은 SNS를 통해 극대화된다. SNS에 자신의 콘텐츠를 올린 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뿌듯한 경험도 있어빌리티 증세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등 SNS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개인 채널이라는 점 외에도 간단한 편집을 통해 불필요한 상황을 과감히 크롭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 있어빌리티의 선호도가 특히 높다.

실제로 2015년 트렌드모니터에서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81.6%의 사람들이 자기과시 목적으로 SNS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오늘도 많은 있어빌리티들은 자신의 생활에 남다른 부심을 가지며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

부심
어떤 분야에 대한 자부심, 자만심을 일컫는 말. 예를 들어 인디음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경우 ‘인디부심’이라 표현한다.
덕후
일본의 ‘오타쿠’에서 변모한 단어로 한 가지 분야에 열광하는 마니아를 뜻한다.
OO빠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오빠부대’에서 유래된 말. 고유명사에 오빠의 뒤 글자인 ‘~빠’를 붙이며 지지자들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예 : 애플빠, 삼성빠)
선촬영 후시식
주로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서 볼 수 있으며 음식을 먹기 전 반드시 촬영 단계를 거쳐야 한다.
뽀샵
이미지 보정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말로 사진을 SNS 등에 업로드 하기 전 보기 좋게 보정하는 작업을 뜻한다.
해외직구
해외의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한다는 신조어로 쇼핑 고수들이 주로 사용한다.
개봉기
갓 구입한 신제품을 택배 박스 개봉부터 세세히 사진, 동영상 등으로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하는 기록 콘텐츠다.
꿀팁
꿀처럼 달콤하고 맛있는 tip이라는 뜻으로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뜻한다.

콘텐츠를 있어빌리티로 가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있어빌리티의 모토는 ‘우아하게’다.
7000원짜리 순대국밥집도 어떻게 연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7성급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 몇 가지 팁을 준비해봤다.

초보자의 경우 대상을 촬영할 때 앵글에 따라 최소 5번(풀샷, 좌측, 우측, 상, 아래)은 촬영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대상을 풀샷으로 촬영하면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원하는 부분을 크롭할 수 있으므로 연출의 폭이 더욱 넓어진다.

풀샷으로 촬영한 사진. 배경이 거슬린다면?!

지저분한 배경도 편집툴을 활용하면 깔끔히 잘라낼 수 있다.

여성들이 많이 촬영하는 음식사진은 대상이 단수일 경우 클로즈업을 활용하되 음식의 색감이나 성질이 도드라지는 방향에서 촬영하면 더욱 맛있어 보인다.
반대로 9첩 반상처럼 다수의 음식들이 차려질 경우 음식들을 패턴처럼 가지런히 정돈해놓은 후 하이 앵글로 촬영하면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인물 사진의 경우 앵글 센터에 놓고 촬영하는 것보다 한쪽으로 치우쳐지도록 촬영하면 더욱 안정감 있다.
전신 촬영의 경우 렌즈가 대상의 허리부분과 수평을 이루도록 하면 키가 크고 날씬해 보인다.

단시간 내 심층적으로 지식을 익힐 수는 없지만 교양 도서나 방송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어떤 전문가라도 30분 정도는 무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얇고 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누구나 편히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책들이 각광받고 있다. 또한 역사 속 시대배경이나 사건을 명화와 엮어 설명하거나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가벼운 문체로 서술한 역사서도 지식을 있어빌리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은
상식사전(이대영 著)

어원, 고사성어, 틀리게 쓰는 말, 시사 트렌드 용어 등 단어에 얽힌 기본 상식을 간단히 설명한 교양서.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박창모 著)

재테크의 기본인 경제부터 재테크 관련된 모든 지식을 총망라한 경제 서적.

무서운 그림 시리즈
(나카노 교코 著)

고전 명화를 통해 당 시대 배경과 역사적 사건과 미술 작품 해석법까지 제공하는 교양 미술서.

문화 콘텐츠에 문외한인 사람의 경우 스낵컬처를 추천한다.

스낵처럼 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의미의 스낵컬처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스낵컬처는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쉽게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낵컬처로는 SBS와 연합뉴스 등 언론에서 제공하는 카드뉴스와 피키캐스트, 다음 카카오 채널이 있는데 영화, 도서, 패션, 음식, 연예,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간편히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 있어빌리티를 하는 데 효과적이다.

자기PR시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이다.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개성을 용납하지 않는 보수적인 공동체 생활에서 자신을 브랜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있어빌리티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연출해 가치 있게 보이도록 만드는 홍보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본질이 빠져버리면 이는 그럴싸한 포장에 그치기 마련이다. 그 어떤 있어빌리티를 적용해도 핵심 가치가 빛을 잃지 않도록 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있어빌리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