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곳적,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바다뿐이었다. 어느 날 바닷속에서 창조신이자 태양신 아툼이 태어나 대지와 공기, 습기, 하늘의 신을 낳았다. 대지와 하늘의 신은 다시 오시리스와 이시스를 낳았고 이들은 부부가 되어 28년간 이집트를 다스렸다. 그러나 동생인 세트가 권력을 탐낸 나머지 오시리스를 살해하자 부부는 헤어졌고 이집트도 위험에 빠졌다. 다행히 이시스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에 오시리스는 저승의 왕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세트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마침내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었다.”

그 유명한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입니다. 외국신화 중 그리스신화와 함께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오시리스 신화는 천지창조부터 사후세계, 미라, 파라오 등 이집트의 신비로운 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어 들으면 들을수록 이집트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12월 꽃보다 여행은 태양의 나라, 이집트와 함께합니다.
*현재 이집트의 시나이반도 및 이스라엘 국경 지역은 테러 위협과 내란 등으로 여행이 금지되었습니다. 본 칼럼은 안전한 관광지 위주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피라미드와 피자헛이 이웃사촌~
역사와 현대의 도시 카이로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의 또 다른 이름은 역사도시입니다. 한쪽에는 4대 문명을 발생시킨 나일강이 흐르고 있고, 도시 곳곳에는 100여년 전에 지어진 건물도 신생아로 여길 만큼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가득합니다.

카이로는 크게 올드카이로, 이슬람지구, 신시가지, 기자지구로 나뉘는데요, 특히 나일강 동쪽에 위치한 올드카이로는 카이로의 발상지로 7세기경 건축물부터 1900년대까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이 600개 이상 존재하는 이집트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올드카이로에 들어서면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풍의 이슬람 양식, 로마 시대의 양식, 현대식 건물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혼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교회 옆에는 모스크가 있고 이들 앞에 세워진 벽은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고대 이집트 양식을 하고 있으며 그 뒤로는 낡은 다세대 주택이 구불구불 미로처럼 뒤엉켜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서로 다른 종교와 양식 문화는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뤄 황금빛 올드카이로를 만들어냅니다. 이슬람이 전파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집트에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특히 올드카이로는 기독교 신자들이 오랜 시간 모여 생활한 곳이라고 하네요. 때문에 올드카이로에는 특별한 역사적 내력을 가진 교회들이 여럿 있는데요, 그 중 카이로 공중교회는 A.D690년 경 지어진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며(스탠드글라스가 정말 예뻐요~) ‘아기 예수 피난 교회’라 불리는 성세르지우스 교회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 요셉이 로마군의 박해를 피해 몸을 숨긴 동굴 위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시타델, Citadel

이번에는 이슬람 모스크를 아낌없이 볼 수 있는 시타델로 떠나볼까요? 고대이집트는 절대군주 파라오의 통치 하에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했지만 7세기경 이슬람군에게 정복되며 오랜 시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시타델은 이집트 이슬람제국의 영광을 오롯이 보여주는 이슬람왕조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문을 통과하면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를 비롯해 수많은 사원들과 화려한 왕궁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특히 둥근 아치형 문에 둘러싸인 정사각 형태의 내부 마당은 이집트 이슬람 문화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해줍니다.(이곳에서는 신발을 벗어야 해요.)

시타델을 대표하는 무하마드 알리의 모스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곳은 터키 술탄 아흐메드의모스크를 참고해 만든 것으로 터키모스크의 화려한 양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두운 모스크 안에서 동그란 램프들이 반짝거리는 천정을 보노라면 우주 한 가운데 떠 있는 듯한 신비롭고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기자 피라미드, Giza Pyramid

다음에 소개할 곳은 각종 소설, 영화에서 숱하게 보아온 그곳 기자 피라미드입니다. 기자 피라미드는 이집트 피라미드 중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45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쿠푸왕과 카프레왕,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피라미드라고 말하지만 사진으로만 봐서는 그 규모가 잘 와 닿지 않죠?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돌덩어리 하나가 성인 한 명의 키만하답니다.

그런 돌덩어리가 수천 개 모여 만들어졌으니 이제 그 규모가 조금은 짐작이 되시죠? 기자 피라미드는 영화 <트랜스포머2>의 촬영지기도 한데요, 촬영팀에서 이집트 정부를 오랜 시간 설득한 덕에 피라미드 위에서 지구를 위해 열심히 싸우는 옵티머스의 활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 기자지구에서 배가 고파지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고대 이집트 음식? 재미있게도 기자지구 입구에는 피자헛, KFC등 현대문물의 상징 패스트푸드점이 즐비하답니다. 피자를 먹으며 4,500년 전 피라미드를 감상하는 것도 나름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호메로스와 나폴레옹도 반한
그곳, 룩소르


이집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중 90%는 이곳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신전, 피라미드, 오벨리스크, 거상… 수천 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유적들을 통해 고대 이집트 왕족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룩소르!


어떤 이들은 룩소르를 가리켜 노천 박물관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본 룩소르는 영화처럼 미아라 군대가 지배하지도, 영웅들이 시끌벅적하게 누비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거대한 유적들이 하늘 아래 조용히 옛 이집트의 기억을 전해주며 주민들과 공존하는 이집트의 자연이었습니다. 그 경이로운 풍경에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와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왕가의 계곡, Vally of the king

왕가의 계곡은 고대이집트 시대 왕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황금빛 바위 계곡입니다.
투탕카멘, 람세스 3세, 람세스 6세 등 역사책에서 들었던 익숙한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모두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왕이 사망하면 이곳에 토굴을 파고 파라오의 시신과 부장품을 안장했는데 도굴꾼들로 인해 발굴 당시 상당수의 유물이 도굴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파라오의 저주’로 유명한 투탕카멘 무덤도 볼 수 있는데 저주가 무서워서 사진으로만 감상했네요.

핫셉수트의 신전, Mortuary Temple of Hatshepsut

왕가의 계곡에서 조금 걸어가면 핫셉수트의 신전을 볼 수 있는데요, 수염을 단 여성 파라오로 유명한 핫셉수트 여왕의 신전입니다. 핫셉수트는 여성으로 22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여왕으로 웅혼한 기백을 가진 여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성대로 회색 바위산 아래 날개를 펴듯 서 있는 그녀의 신전은 강건해 보였습니다.

신전 안에는 주변국과의 무역, 제사 등 핫셉수트의 주요 업적이 조각된 벽화와 그림, 조각 등이 있으며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지성소 등이 있는데요, 신전을 구경하다 보면 곳곳에 오래된 파손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핫셉수트와 공동통치했던 투트모세3세가 그녀로 인해 장기간 억압된 생활을 강요 받자 여왕 사후 복수심에 신전의 상당 부분을 파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카르나크 신전, Karnak Temple

멤논의 거상, 룩소르 신전과 오벨리스크… 아찔한 이집트 유적의 향연은 계속됩니다. 절정은 카르나크 신전입니다. 이집트의 태양신 라를 기리기 위해 세운 카르나크 신전은 이집트 신전 중 최대 사원이라 할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양머리의 스핑크스들이 도열해 있는 대로와 수십 개의 기둥이 서 있는 넓은 광장, 이집트의 수호신들을 기리는 작은 신전들과 화려한 오벨리스크, 람세스 2세의 석상 이 거대한 유적들은 이집트의 창세부터 태양신 라를 섬기는 고대이집트 왕들의 신앙생활 등을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카르나크 신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는 태양신 아문의 성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사장들이 목욕 재계를 하는 성스러운 호수와 이집트의 신성한 동물인 딱정벌레 석상, 핫셉수트 여왕의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는데 특히 아문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지성소는 일출과 일몰 때 햇살이 비추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때가 되면 마치 태양신이 햇살을 타고 지성소에 들어서는 듯하다고 합니다. 혹시 아나요? 정말로 기적이 일어나 태양신을 영접하게 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