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클리닉

지난 8월, 우리들의 영원한 캡틴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냥한 눈빛과 미소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그는 늘 지니처럼 유쾌하고, 키팅 선생님처럼 자상했습니다. 참 신기하죠? 우리들은 30년 넘도록 그를 지켜봐 왔지만 그의 연기에서 질린다거나 식상한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으니까요. 비슷한 장르의 캐릭터를 연기해도 늘 새롭게 느껴지는 그의 연기비결은 바로 연기를 향한 그의 도전과 그에서 비롯된 혁신 때문입니다.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그래미상, 에미상을 휩쓸 정도로 최고의 연기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만하지 않고 대중이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도록 늘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그는 굳이 우스꽝스런 몸짓이나 말투를 사용하지 않아도 웃음과 재미, 감동까지 선사할 수 있다는 작은 혁신을 일구어냈습니다.

Challenge & Innovation! 도전과 혁신은 결코 거창하지 않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늘 도전하고 변화하며 어제와는 다른 혁신을 이뤄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도전과 혁신이 아닐까요?

땀내 나는 도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스포츠 영화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스포츠는 도전이 만들어내는 이 시대 최고의 감동 드라마거든요. <맨발의 꿈, 2010>에서 축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축구화 살 돈도 없어서 맨발로 공을 차고 다니던 동티모르의 소년들은 전직 축구선수 원광을 만나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을 결성하고, 히로시마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는 데 성공합니다. 축구불모지나 다름없는 동티모르의 소년들이 인프라와 체력적으로도 압도적이었던 일본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축구를 향한 그들의 무한 열정과 보다 큰 무대에서 달리고 싶은 꿈을 향한 도전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고개를 저을 때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국가대표, 2009>의 주인공들은 금메달은커녕 녹슨 동메달이라도 딸 수 있을까 우려되는 오합지졸이었으나 올림픽 1위라는 목표 아래 하나가 되어 꿈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땀투성이에 격한 운동으로 일그러진 얼굴들도 많았지만 그들의 모습은 화려하게 치장된 동화 속 공주님, 왕자님보다 아름답고 멋있었습니다.

간혹 계속되는 실패에 도전이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거라 사료되는 금연, 다이어트가 바로 그것이죠. 너무 잦은 도전 때문에 도전이 지겨워진다면 그 동기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천국의 아이들 The Children Of Heaven, 1997>에서 어린이 마라톤 3등 상품이 운동화인 것을 알고, 여동생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기 위해 오직 3등만을 노리며 죽어라~ 달리다가 엉겁결에 1등해 눈물 흘리는 알리나, 결혼할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남자친구가 자신을 배신하고 똑똑한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자, 오직 남자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미국 명문 대학교 ‘하버드’에 입학한 <금발이 너무해 Legally Blonde, 2001>의 엘르, 마찬가지로 사귀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자 당찬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하기 위해 방송 리포터의 길을 걷기 시작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Bridget Jones's Diary, 2001>의 브리짓처럼 말이죠.

도전이라는 불꽃이 계속해서 피어 오르기 위해서는 열정이라는 연료도 중요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폭풍이 불어도 꺼지지 않도록 지켜줄 ‘동기’라는 배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도전정신이 자꾸 흐트러진다면 동기를 살짝 틀어보세요. 이왕이면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보다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말이죠.

만약 나에게 매일 신선한 음식과 안락한 휴식처가 제공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안락한 현실에 안주할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못합니다. 이는 곧 성장과 발전의 기회가 되는 도전의 상실을 의미하거든요.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의 트루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The 100 year old man who climbed out the window and disappeared, 2013>의 알란, <아일랜드 The Island, 2005>의 링컨6-에코와 조던2-델타가 자신들의 세상을 거부한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그들의 세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천국과 같습니다. 트루먼에게는 안정된 직장과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정작 본인은 모르지만)가 있고, 100세 노인 알란에게는 죽을 때까지 남에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편안한 요양원이 있습니다. 링컨과 조던에게는 의·식·주를 모두 해결해주고 환상의 섬 아일랜드까지 보내주는 거대한 센터가 있었죠. 그러나 그들이 바라는 것은 타인에게서 사육되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제공된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고난과 역경이 가득한 진짜 세상으로의 편입을 시도합니다. 이제 그들은 우리처럼 생활비를 걱정하고, 업무 스트레스로 소주 한 잔을 들이키는 치열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도 하며, 다시 재기해 성취감을 느끼는 살아 있는 인생을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요?

혁신문명, 혁신과학, 혁신세계… 어린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혁신’이지만 정작 ‘혁신사례가 무엇이냐?’ 물으면 딱 꼬집어 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매일 혁신과 함께하는 혁신 추구자, 과학자들이 있잖아요.

<백 투 더 퓨쳐 Back To The Future, 1985>,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 2009>, <플러버 Flubber, 1997>,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창의적인 방법과 과정을 통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어떨까?’

‘과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 ‘21세기에 공룡이 나타나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이를 구현해내는 건 결코 쉽지 않죠. 각 영화 속 과학자들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한 끝에 대기의 물을 음식으로 바꾸는 슈퍼음식복제기, 시간을 역행하는 슈퍼카 타임머신,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게 해주는 물질 플러버를 발명해냅니다.

그러나 모든 혁신에는 최소한의 도덕적 사상이 기반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뚤어진 욕망 때문에 투명인간이 된 <할로우 맨 Hollow Man, 2000>의 악마 과학자 케인처럼 척결될지도 모르니까요.

의도치 않게 선택한 방법이 뜻밖의 혁신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라스트 갓파더 The Last Godfather, 2010>에서 마피아 대부의 바보아들인 영구는 가난한 상업지구의 상인들에게 조직의 쓴맛(?)을 보여주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데요, 이는 영구의 의도와 달리 상가를 부흥시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미용실 주인을 겁주기 위해 마구잡이로 꼬아놓은 헤어스타일은 시대를 이끄는 최신 유행이 되었고, 옷가게에서 찢어버린 치마는 미니스커트라는 이름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심지어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페티를 높게 쌓아 올리고 칼로 고정한 후, '돈 안 주면 이렇게 된다'고 만든 위협용 햄버거는 상가를 대표하는 메가 히트 상품이 되어버립니다. <화이트 칙스 White Chicks, 2004><미세스 다웃파이어 Mrs. Doubtfire, 1993>는 피치 못할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성으로 분장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남성일 때는 주변의 눈초리만 받던 철부지에 사고뭉치였던 그들은 여성 행세를 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었고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게 만듭니다. 특히 자상한 가정부 할머니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자유분방한 매력남 다니엘을 오가는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언제 봐도 일품이네요.

고난에 봉착했을 때,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움이 타개되지 않는다면 상식을 깨부순 아주 황당한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화 <업 Up, 2009>에서 칼은 집 주변이 개발로 인해 공사장이 되는 와중에도 부지 매매를 거부하고 홀로 집을 지킵니다. 그 집은 사랑하는 엘리와 한평생 함께한 집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느 날 공사장 인부와의 마찰로 칼은 집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칼은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황당하게도 지붕에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집과 통째로 남아메리카를 향해 날아갑니다.

황당하지만 혁신적인 방법은 애니메이션 <썸머워즈 Summer Wars, 2009>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썸머워즈의 주 무대인 OZ는 사람들의 아바타를 통해 인터넷, 쇼핑, 게임은 물론 교통, 의료, 소방, 군사, 행정까지 조절 가능한 사이버 가상 세계입니다. 어느 날 ‘러브머신’이라는 인공지능 바이러스가 침투하며 현실 세계의 체계까지 무너뜨리는데요, 무엇이든 집어 삼키는 탐욕스런 러브머신에 맞서기 위해 우리 인류가 빼어 든 무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고스톱이었답니다. 러브머신은 게임을 통해 현실 세계의 각종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의 아이디를 손에 넣었는데요, 만약 고스톱 게임에서 인류가 득점하면 빼앗긴 아이디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과연 인류는 고스톱으로 지구를 구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