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클리닉

"진정한 사랑은 모든 열정이 다 타고 없어졌을 때, 그때 남은 감정이다."
영화 <코렐리의 만돌린> 에서 아버지는 사랑에 빠진 딸에게 위 같은 말을 들려줍니다. 아무리 크고 화려한 꽃이 피어도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가, 꽃이 진 후에야 비로소 두 사람의 뿌리가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뜨거운 사랑의 행위나 열정적인 움직임이 없어도 우리 주변에는 진정한 사랑에 도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름 가득한 손을 말없이 붙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50년째 묵묵히 가구를 조각하는 장인... 열정적인 과정을 거쳐온 그들은 늘 자신의 열정을 반추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열정과 사랑은 어디까지 와 있나요? Passion & Love 특집으로 마련한 이번 호 컬쳐클리닉을 통해 확인해보시죠.

일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대등하게 경쟁하며 열정 하나만으로 top tier에 오르는 그녀들의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 할 ‘열정’을 그대로 말해줍니다.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영화 <셉템버 이슈 The September Issue, 2009>와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이자 워킹 맘의 이야기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I Don’t Know How She Does It, 2011>, 최저 시청률 프로그램을 인기 반열에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신입PD의 이야기 <굿모닝 에브리원 Morning Glory, 2010>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높은 의욕과 신념, 강한 추진력으로 일과 사랑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그녀들이 5개월간의 피 말리는 편집을 끝낸 후 숨 돌릴 틈 없이 바로 다음 호를 기획하거나, 하이힐이 부러질 정도로 뉴욕 시를 뛰어다니고, 얼굴 보기도 힘든 전설의 앵커를 섭외할 수 있던 것은 바로 일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열정 앞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열정 하나만으로 될 거라 믿은 인물을 <명량, 2014>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단 한 척의 피해도 입지 않은 채 330척의 왜군을 격파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승리를 이끈 것은 울돌목의 지리적 특성과 이를 이용한 지략과 전략이었지만 그 기반에는 이길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과 용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이순신 장군과 조선수군의 열정이 있었습니다.

<에비에이터 The Aviator, 2004>의 휴즈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의욕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영화계와 항공산업의 판도를 바꾼 인물입니다. 잘생긴 얼굴과 막대한 부… 이미 모든 것을 갖춘 휴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열정이 불타고 있던 그는 모두가 만류하는 영화 산업에 뛰어들어 보란 듯이 할리우드의 흥행 역사를 갈아치웁니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 조종 취미를 살려 세계 비행기록을 경신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라는 수식어도 쟁취하죠.

<라따뚜이 Ratatouille, 2007>의 생쥐 레미는 이순신 장군과 휴즈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뤄냈습니다. 그에게는 절대미각과 요리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만, 생쥐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요리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다행히 요리에는 재능 없지만 순수한 인간 ‘링귀니’를 만났고, 레미는 그와 합심해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영화 속 레미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은 응원하고 싶지만, 생쥐가 만든 요리는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영화 <변호인, 2013>의 송우석은 6 Values의 LOVE에 부합하는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세금조사, 부동산 등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수임하는 돈밖에 모르는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그에게 우선순위는 절대로 돈이 아닙니다. 그렇게 돈을 번 것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였죠. 만약 그가 돈만 좇는 탐욕스러운 인물이었다면 기업 고문 세무 변호사라는 탄탄대로를 두고 힘 없는 국밥집 아들의 편에 서서, 국민의 편에 서서 변호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법은 결국 사람을 지키기 위한 규범이니까요. 국민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나머지 ‘국가란 국민이란 말입니다’라며 울부짖는 그의 모습은 <변호인>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철가방 우수 氏, 2012>는 중국집 배달로 번 70만원의 급여로 매달 아이들을 후원하며 살다가 생을 마감한 故 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철가방 우수는 삶의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주인집 부부와 자장면을 시켜 먹는 고객들을 사랑했고, 이 같은 활동을 통해 후원할 수 있는 아이들을 사랑했습니다. 비록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온몸으로 실천한 사랑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으로 옮겨져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 1995>, <골든 에이지 Elizabeth: The Golden Age, 2007>, <잔다르크 Jeanne d’Arc, 1999>에서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대상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다 떠난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외치며 잉글랜드와 맞서 싸운 윌리엄, 영국의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오를레앙 전투를 승리로 이끈 19세 소녀 잔다르크… 이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조국을 사랑했으며, 백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개인의 사랑을 떠나 보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희생도 마다 않는 영웅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하고 위대한 사랑이란 바로 이런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이처럼 처음부터 맹목적으로 대상을 사랑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일과 구성원을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 과정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영화 <수상한 고객들, 2011>에서 좋은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달 보험계약 달성 1위 기록을 수립하며 승승장구 중인 보험왕 배병우의 세계에서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을 성공으로 끌고 갈 실적뿐이었죠. 실적에 눈이 먼 그는 자살위험이 있는 고객까지 생명보험에 가입시킵니다. 그러나 이 계약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되자 그는 네 명의 고객을 찾아가 그들의 보험계약을 해지하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그는 실적으로만 여기던 네 고객을 비로소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순수함과 가족애에 감화되어갑니다. 결국 배병우는 자신의 실적 대신 일과 고객을 사랑하게 되었고, 스카우트 제의도 물리치고 그들만의 컨설턴트가 되어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사람 냄새와 애정이 물씬 풍기는 정감 넘치는 세상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