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서재

건축가 승효상의 서재는 건축에 대한 그의 열정을 오롯이 담아낸 공간입니다. 아무리 활활 타오르는 불도 산소가 없는 밀폐 공간에서는 사그라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그는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자신의 서재를 활짝 열었습니다. 문조차 없는 그의 서재는 건축에 대한 지식과 답이 필요하다면 누구나 언제든지 들어와서 책을 볼 수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책은 지식이며, 건축업을 지지해주는 실질적인 자산입니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지식의 저장소에 들어가 그 존재와 함께 숨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에너지를 채워주는 그의 서재는 꺼지지 않는 열정의 근원입니다.

간혹 나의 열정에 수많은 물음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이 나이, 이 상황에 이런 열정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 ‘다 포기하고 이젠 열정을 놓아버려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땐 우리 삶의 자화상인 소설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훈 작가의 8개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에서는 여덟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와 그녀를 간호하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두고 도의와 원초적 본능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무고로 인해 모진 고문을 받고 다시 백의종군하게 된 늙은 장군, 간암 판정 후 억대의 퇴직금과 자산을 두고도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는 가장… 어떻게 보면 비희망적이고 암울하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자기 삶과 가치 성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는 열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자본이 곧 경쟁력이 되는 요즘 같은 시대. 특히 내 열정의 대상이 상위 1%만 허락하는 영역에 있다면 그 열정을 한결 같이 지켜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음악을 계속하고 싶지만 돈이 안 되니까, 연기를 하고 싶지만 나이가 걸려서, 미술을 하고 싶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갖가지 여건들에 의해 열정이 꺼질 위기라면 조선시대의 선비들에게 조언을 얻어보는 건 어떨까요? ‘미쳐야 미친다’는 책의 제목처럼 18세기의 지식인들은 학문 외길만 고집하며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미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열정적인 성향을 보였습니다. 별만 바라보다 굶어 죽은 천문학자와 ‘백이전’을 11만 번 읽은 독서광, 과거시험을 대필하며 세상에 냉소를 던진 사내까지 자신이 좋아한 학문에 깊이 빠졌던 이들의 이야기에서 열정의 불씨를 되살려보시길 바랍니다.

동화작가 백희나의 일러스트에는 독자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구름빵>에 삽입된 ‘비 오는 날’의 몽환적이면서 촉촉한 풍경과 <달 샤베트>의 사실적이며 입체적인 일러스트는 딱딱한 감성의 소유자도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백희나가 이 같은 동화책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그녀의 집 안에 있는 조용한 수다쟁이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나긋나긋 조용한 말투를 가졌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단 1분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뱉어내는 수다쟁이입니다. 학구적이거나 딱딱한 대화 대신 웃음, 기쁨, 휴식이 가득한 친구와의 수다를 통해 애정이 퐁퐁 솟아나는 백희나의 행복한 동화책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대상에 대한 애정도 갖게 해줍니다. 127살의 주인공은 평균수명 500살인 마녀세계에서는 한참 어린 꼬마마녀인데요, 어른 마녀들로부터 인정 받고 싶었던 꼬마마녀는 ‘착한 일을 많이 해라’라는 마녀들의 명령을 받고 인간세계에서 열심히 선행을 행합니다. 그런데, 마녀들이 말하는 착한 일이란 인간들에게는 ‘나쁜 일’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꼬마마녀는 위기에 처하지만 자신의 선행을 칭찬하고 감사해하는 인간들에게 사랑을 갖게 되고, 거짓과 욕망으로 가득 찬 어른 마녀들에게 대항합니다. 애정은 강요한다고 만들어지지 않죠. 작은 일이라도 서로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으며 애정이 가득한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미스터리 장르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 첫 출발은 그리 순탄치 못했습니다. 1967년에 발표한 처녀작은 빛도 보지 못했고, 데뷔작 <캐리>는 단돈 2500달러에 판매되었죠.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약의 기운을 빌어 작품을 써내기도 했습니다.(이중 하나가 그 유명한 ‘미저리’죠.) 만약 그가 보통 천재들처럼 자신의 재능만을 사랑했다면 그는 왕년에, 한때 잘나갔던 장르 소설가 정도에 머물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스티븐 킹은 글과 글을 구성하는 모든 소재들을 사랑했습니다. 이런 그를 잘 알기에 스티븐 킹의 부인, 팬들은 그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도 응원했고, 덕분에 오늘날까지 우리는 천부적인 이야기꾼 스티븐 킹을 만날 수 있었던 거죠. 이 책을 통해 스티븐 킹의 글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덤으로 그의 글쓰기 노하우도 배워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