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우리 동호회

절대미각을 가진 조선시대 최고의 수랏간 궁녀, 장금이도 모르는 세 가지 맛이 있습니다. 바로 눈맛, 찌맛, 손맛인데요 어감만으로도 혀에 착착 감기는 듯한 이 맛은 일류 레스토랑에서도, 한식 명장이 차린 19첩 밥상에서도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오직 낚시터에서만 느낄 수 있죠.
찌의 움직임과 수면의 파동을 보며 낚시대를 들어올릴까 말까 판단할 수 있는 눈썰미, 눈맛! 물 속에 잠겼다 솟아오르길 반복하며 낚시꾼의 애간장을 태우는 찌맛!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낚시대를 들어올렸을 때 전해지는 사냥감의 펄떡거림, 손맛! 이 세 가지 맛에 빠지면 제 아무리 김태희를 닮은 마누라도 돌덩이로 보이고, 오히려 언제 찌를 물지 모르는 민물고기가 인어공주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도대체 그 맛이 어떤 맛이기에? 우리 SK건설 낚시 동호회 회원 분들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우리가 바로 SK낚시 동호회 회원들

추석연휴가 끝난 첫 번째 주말, 이 시기면 보통 명절 때문에 뿔난 마누라 달래기에 급급하다는데, 우리 SK건설 낚시 동호회 회원들은 아내의 옆자리 대신 충남 당진 면천지 낚시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동호회 인원은 30명이지만 오늘은 낚시 실력 하나만으로 아내의 잔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정예요원 6명으로 발탁했다고 하네요.

“보통 바다낚시에 대한 로망을 많이 갖고 계신데, 낚시의 참맛은 민물낚시에 있어요. 바다에서는 찌의 섬세한 떨림이라든지,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그 찰진(?) 손맛이 잘 안 느껴지거든요. 특히 충청도는 서울에서 거리도 가깝고, 오늘 낚시하는 면천 저수지는 자생어장이라서 새우나 참붕어가 잘 잡혀요. 빈 바구니로 돌아갈 확률이 적기 때문에 초보자한테도 좋은 곳입니다.”

동호회 회장인 박재호 부장의 코멘트에서 낚시 달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기출조는 보통 날씨가 좋은 4, 5, 6, 7, 9, 10월에 한 번씩 가지만, 가끔 마음 맞는 소수 회원끼리 번개출조를 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우리 마눌님은 이젠 취미 나부랭이한테도 신랑을 뺏겨야 되냐고 하도 뭐라고 해서, 출조할 땐 다른 회원한테 알리바이를 부탁해요. 오늘은 상갓집 간다고 하고 나왔어요.”라고 말해 낚시터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밤을 꼬박 새워도 부지런히 낚시하는 한지웅 과장

차기 낚시왕 방인배 과장의 조과

월척입니다~

회원들에 따르면 낚시는 찌맛, 손맛, 눈맛 세 가지 맛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찌의 세밀한 움직임도 잡아내는 날카로운 눈썰미와, 오직 찌에만 몰입할 줄 아는 집중력, 순간의 흔들림을 재빠르게 잡아내고 들어올릴 수 있는 힘과 순발력이 삼위일체를 이룬 것이 바로 낚시입니다. 이 같은 철학에 기반에 회원들에게는 저마다의 월척 노하우가 있었는데요, 낚시왕 박재호 부장과 방인배 과장, 임종성 부장으로부터 월척 특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월척을 하고 싶으면 낮에 잦은 밑밥을 깔아주세요. 미끼는 어분과 물을 적당량 맞춰서 손으로 주물러서 만들어요. 붕어가 제일 좋아하는 배합으로요.(순간 옆에서 ‘붕어 식성도 알아야 돼?’라는 볼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미끼도 준비 없이 아무거나 사서 쓰는 분들도 있는데, 미끼도 종류가 다양해요. 특히 날씨와 계절에 따라서 동물성 미끼랑 식물성 미끼를 맞춰서 사용하면 그날 바구니 무게가 달라져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6명의 회원들이 낚아 올린 각종 물고기들은 찌를 물고 반원을 그리며 날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반복되는 풍경에 하품이 흘러나오자 “낚시는 보는 것만으로는 몰라요. 직접 해봐야지 그 매력을 알지.”라며 낚싯대를 건네줍니다. 우리 SK건설 낚시동호회 회원들은 낚시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요?

총무 방인배 과장은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낚시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운동은 아이들이랑 체력 차이가 커서 힘들고요(웃음), 낚시는 요즘 애들이 익숙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는 즐길 수 없잖아요. 미끼를 꿰는 방법이나, 찌를 던질 때 힘 조절 같은 걸 누가 알려주겠어요? 컴퓨터로 백날 쳐다보는 것과 아버지가 직접 보여주는 건 확연히 다르거든요. 아이들 입장에선 처음 경험하니까, 꼬맹이적 제가 하나하나 가르치던 기억도 돌이켜볼 수 있고요.”

한지웅 과장은 낚시의 매력으로 힐링을 꼽았습니다.
“우리 동호회는 주로 민물낚시를 다니는데요, 그렇다 보니 고요한 풍광에 어우러져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밤 늦게 잔잔한 수면에 떠 있는 찌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 전날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모두 풀어지고 해결되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음날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게 되죠.”

이때 주선광 부장이 “낚시에 너무 푹 빠졌다가는 찔릴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 취재진을 긴장케 했다.
“낚시바늘이 보기보다 굉장히 위험해요. 잘못 찔리면 역방향으로 살을 뚫고 나와서 병원에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해요.”

2주전 박재호 부장도 낚시바늘에 찔려 큰일을 치렀다. 낚시바늘이 손가락을 뚫고 나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다. 마취를 받았다고 하지만, 찔린 방향으로 바늘을 다시 밀어 빼냈던 그때의 기억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게 만든다. 박재호 부장은 “장미도 언제 가시에 찔릴 지 모르잖아요. 평온해 보이지만 낚시도 방심했다가는 어떤 사고를 겪을지 모르기 때문에 매사에 신중하고 안전에 기해야 해요. 의외로 응급실 환자들 중 낚시꾼이 많다고요.”라며 거듭 당부했다.

박재호 부장의 손가락에 박혔던 낚시 바늘

시간이 흐르고 여기저기서 허기를 알리는 알람이 ‘꼬르륵’ 들리기 시작합니다. 박재호 부장이 새우로 낚은 38cm의 붕어도 있겠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모닥불 지피고 나무꼬치에 물고기를 꽂아 구워 먹는 상상을 하던 취재진 앞에 식당표 닭도리탕이 차려집니다. 의아해하는 취재진에게 “보통 잡은 물고기를 바로 먹는다는 선입견들이 있는데, 민물낚시는 먹지 않고요, 근처에서 시켜서 먹어요.”라는 친절하지만 너무 아쉬운 답변이 들려옵니다.

식사가 시작되자 낚시 때와는 다른 시끌벅적 활기찬 낚시 동호회 회원들의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사실 조용히 찌만 노려본다고 해서 낚시가 잘되는 건 아니에요. 낚시꾼들 사이에서 ‘낚시도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이 따라야 붕어를 잡을 수 있다고, 계속 술 마시고 놀다가 한 번 낚았는데 대어인 경우도 많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과 비슷하죠(웃음)”

낚시동호회를 보며 내심 수면에 드리워진 ‘찌’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지만 어떤 파동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평소에는 조용하다가도 가끔은 과감하게 월척을 물고오기도 하는 ‘찌맛’이 우리 SK건설 낚시 동호회의 매력이 아닐까요?

낚시동호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특히 잡념, 스트레스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 가족들과 친해지고 싶은 분들은 주저 없이 낚시동호회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새우로 낚은 박재호 부장의 월척! 자그마치 38cm!

낚시를 끝내고 유유자적 뭍으로 돌아오는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