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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의 이 말은 그 순간 업무외적으로 나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개인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가나 초콜렛 외에 아무런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본사 13층 B2P3팀의 유승렬 과장님과 김소영씨의 조언과 도움으로 출장의 두려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주위에 농담을 잘하시는 과장님들께서 가나에 가는 것이 마치 지구상 최고의 오지로 가는 것 이라며 겁을 주시기는 했지만 평상시 업무상 전화 통화를 많이 하셨던 B2P3 현장의 정성채 과장님의 친절하고 활기찬 목소리를 기억하며 선병학대리, 이종도대리, 강인철대리와 같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서울을 출발하여 가나 B2P3현장까지 도착하는 데는 2일이 넘게 소요되는 긴 여정이다. 도중에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서 가나 아크라 공항에 도착한 후, 또 하루를 보낸 다음 국내선 비행기로 타마레 공항까지 가야 하는 길이다.
아크라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느낀 것은 말 그대로 더위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일 더울 때의 날씨 수준으로 보통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등으로 상징되는 더위의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공항 앞에는 여행객의 짐을 들어줘 돈을 받으려는 아이들이 많았고 길거리엔 한국 중고차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가나의 모습은 마치 해방 후 한국에 들어온 미군의 눈에 비친 서울의 모습과도 같은 수준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래도 한 국가의 수도인 만큼, 도시의 이미지는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듯 했다. 정과장님 말씀에 따르면 가나는 한국 기준으로 몇 십년 뒤쳐져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선진국과 비교해 별 차이가 나지않는 분야도 있으며 분야에 따라서는 100년도 넘게 뒤쳐진 분야도 있다고 한다. 정과장님의 말씀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허름한 판자로 만든 광고판 안에 휴대폰 광고가 들어 있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외부의 방송국 취재가 오면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은 필름에 담아가지 않고 꼭 부정적인 모습, 낙후된 모습만을 담아간다는 정과장님의 설명을 되짚어 보니 우리가 한국에서 TV를 통해 바라보는 아프리카는 의도가 어떻든 진실을 왜곡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크라 도착 다음날 B2P3현장을 가기 위해 타마레 공항 행 비행기를 탔다. B2P3 PJT는 해안가에서부터 내륙 북쪽지역까지 원유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 연결 공사로 가나 정부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타마레 도착 후 현장까지 이동 중에 바라본 가나의 모습은 약간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흙으로 지은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들과 벌거벗은 채 뛰어 노는 아이들이 자주 시야에 잡혔다. 내륙지방의 가나는 내 자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낙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어느 지역은 큰 규모의 집을 짓고 풀장이 있는 지역이 있는 것을 보면 사회 내에서의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B2P3현장에 도착한 후 우리 일행은 오장환 소장님을 위시해 부장님, 과장님으로부터 출장기간 내내 과분한 환대를 받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죄송스런 마음이 앞선다.

현장에서 출장업무를 수행하면서 머무르는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현장의 부장님, 과장님들이 흘리시는 땀과 노력이 모아져 본사에 있는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해외결산장부의 이익이 된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해외현장의 공사수익을 경리팀 해외파트에서 집계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업무이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나에게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내 자신이 입사 후 느낀 SK건설의 실체는 여러 번 있었지만 B2P3 PJT의 더위와 가나와 한국과의 거리에서 오는 단절감, 그리고 그 안에서 SK라는 커다란 팻말을 세우고 공사에 전념하시는 현장의 모든 분들의 목소리 들이 어우러져 오는 느낌보다 강한 것은 없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에서 그 분들이 SK건설 그 자체를 대변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현장 앞에 흙으로 지어진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은 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특히 마을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함이 묻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B2P3 현장 차가 지나갈 때마다 무리를 지어 뛰며 손을 흔들기도 하였다.

마을 어귀 안쪽에는 조그마한 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의 펜스를 B2P3현장에서 도움을 줘 설치하였다고 한다. 펜스 옆에는 SKEC에 감사한다는 감사팻말이 꽂혀 있었는데 허름해 보이는 그 감사팻말이 서울 도시에 화려하게 설치되어 있는 ‘SK’라는 광고판보다 훨씬 값지고 의미 있는 광고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K의 이름이 이곳 아이들에게 희망의 모습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은 이곳 B2P3 PJT 현장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만들어낸 SK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우리가 말하는 허상으로의 이미지가 아닌 삶에서 묻어져 나오는 진실된 것이라고 감히 판단을 내려 본다.
B2P3 현장에서의 기간은 그 이전에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론 느끼지 못했던 회사와 내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내 자신의 복잡한 심경에 시원한 해답을 준 것 같았다. 회사란 결국 그 안의 구성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며 구성원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출장을 다녀와서도 가나란 나라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는 없다. 정말 여행을 목적으로 내 자신이 결정하여 갈 수 있는 것이었다면 아마도 가나를 목적지로 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같이 간 일행 중 막내로서 챙겨야 할 것도 의외로 많았기에 내가 느끼는 가나는 몇일 사이에 내 마음대로 보고 느껴버린 내 자신의 어설픈 편견의 결과물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출장은 내가 다니고 있는 SK건설이라는 회사와 내 자신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사실상 SK라는 글자는 알파벳 19번째와 11번째의 글자의 조합일 뿐 단지 우리의 주변을 맴도는 무수한 부표 중 하나일 것이다. 오히려 SK 각 계열사의 인력팀 어딘가에 있을 직원명부가 회사의 실체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상징이 될 것이다. 그 SK라는 두개의 활자에 의미가 생기는 것은 그 안에 무수한 임직원의 이름이 녹아 들어 있고 그 당사자들이 모여서 만든 문화(SKMS)가 있기 때문이다. 즉 SK라는 이름아래 ‘人’이 불어넣어 질 때 비로소 SK의 실체는 정의 될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이라는 신문기사 상의 ‘SK’나, 업무상 늘 접하는 감사보고서 상에 보이는 ‘SK건설’이라는 글자 보다는 회사 내 일상업무에서 부딪히는 사람들이 곧 SK라는 것은 매우 명확한 이치이면서도 쉽게 간과되어 왔던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따지자면 한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선 회사내의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로 들어와 추상적인 인간이 아닌 현실의 구체적인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각자의 생활을 돌이켜 보자. 업무가 이상하게 나한테만 몰리는 것처럼 느낄 때 나도 모르게 다른 직원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던 때,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짜증나게 느낄 때, 전화로 대화할 때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는다고 무심코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때, 업무협조가 안된다며 얼굴을 붉히는 사람과 대화할 때…………. 이렇게 삶에 지쳐 괜스레 사람들이 싫어질 때, 난 구체적인 현실의 한계를 넘어설 방법을 B2P3현장에서 찾았다. 그곳의 아이들이 가지고 있던 환한 웃음과 학교의 펜스를 설치한 것에 대한 SK에 대한 감사 팻말, 현장에서 회사의 이익을 직접 만드시는 SK의 얼굴들, 그들과 같이 웃음을 지닌 채 일하는 현지 직원분들...
본사라는 울타리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나의 머리는 B2P3현장에서 이케다 가요코의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을 읽은 것처럼 명확하게 정리되었다. 이 경험은 나와 SK건설의 관계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게 해주었고 앞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데 경영지원본부 소속 직원으로서 회사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깨닫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 자신이 지쳐감을 느낄 때면 난 조용히 눈을 감고 2005년 초여름, 가나에서 보낸 단 몇 일의 추억을 되새길 것이다. 삶의 소중함을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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